Grade - Termites Hollow와 함께.



나는 무엇이든지 극단적인 것을 좋아한다.
독한 술, 달콤한 시럽, 하드코어 포르노, 슬래셔 호러무비, PPG..기타등등.
이런 취향을 가진 사람중 대부분이 그러하듯이, 나도 얄팍하고 미적지근한 사람이다.

그리고 그 사실을 받아들이며 자조하는 척하는 소심한 사람이기에, 이러한 취향에
더욱 매진하게 되었고 결국 내 자신이 어떻든 상관없는 지경에 이르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극단적인 것들만 탐닉하고 있다.

물론, 음악도 마찬가지였다.

처음으로 음악이라는 것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드림시어터의 Pull me under와 스티브 바이의 Steal my breeding heart였으니..

프로그레시브 메탈과 블루스라는, 지극히 락덕후스러운 장르로 음악을 파기 시작하였고
마이너(사실은 전혀 마이너가 아니지만 특별해지고 싶은 유치한 열망덕분에
마이너라고 주장할 뿐)를 파는 여느 사춘기 소년들이 그러했듯이, 메이저를 무시하였다.

정확히 말하자면, 가벼운 음악들을 경멸하였다.
클래식은 그 여느 음악에도 무시할수 없는 연륜이 있었기에 개길수 없었지만,
팝은 참 까기가 쉬웠다. 생각없이 헛소리를 내뱉어도 알아서 끼어들어갈 만한
구멍들이 이곳저곳에 있었으니까.

그 다음으로 경멸한 장르가 펑크였다.
섹스 피스톨즈를 필두로, 펑크도 무시할수 없는 역사와 무게가 있었지만
그 무게를 살리지 않는 활발함이 너무나도 혐오스러웠다.
무언가 전달하려는 메세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메세지를
흥겹고 활기차게 전달하려는 방정맞음에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프로그레시브 메탈 같은 진지한 음악들과 별거한 지금까지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음반점에서 아무생각 없이 산 Grade의 음악은, 내가
지금까지 계속 뜻도 모르고 외쳐왔던 말을 다시금 깨닫게 해줬다.


그냥 듣고 즐기면 되는거 아닌가?


나는 지금까지, 음악을 장르에 얽매여 있는 나약한 매개체로 얕보았던 것이다.
장르를 의식한다는 것은, 음악에 대한 가능성을 폄하한다는 것을 잊어버렸던 것이다.
장르라는 것은 어디까지나 화살표일 뿐이지 길이 아니라는 것을...



펑크라는 장르에서 이토록 가슴이 떨리는 연주와 목소리를 들어본적이 있던가..?
지금은 내가 이 음악에 대해 게을렀을 뿐이라고 생각할련다.
그편이 내가 비참해지지 않는 가장 편한 방법이니까 ㅇ_ㅇ.

by 드림이터 | 2007/10/13 00:56 | 음악 이야기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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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낭만여객 at 2007/10/13 01:05
통달하셨군요. 한단계 오르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음악을 듣고 즐기는 것도 은근한 정진입니다.
Commented by 마카브레 at 2007/10/13 07:36
좋은 걸 깨달으셨군요. 이 참에 비쥬얼 음악에 도전해보심은 어떻습니까 ㅋㅋㅋ 주변에 비쥬얼듣는 동지가 적어서리
Commented by 드림이터 at 2007/10/14 00:19
/낭만여객

맞는 말씀입니다. 새삼 깨닫게 되더군요 ㅜㅠ

/마카브레

비쥬얼이라 -ㅅ-; 비쥬얼은 싫지는 않지만 저희 누님이 각뜨빠순이셔서 좀
무서웠죠. 장당 4만하던 시절에 구입하신 CD만 한다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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